
피해액만 2.5조원…”배그가 망하면 ‘핵’ 때문이다”
출처 : 머니투데이 원문 기사전송 2019-11-20 08:31
배틀그라운드(배그)의 ‘게임 핵’을 만들어 유저들에게 판매한 10대 학생에게 벌금형이 내려졌다. 앞서 지난달 6일엔 20대 회사원이 같은 혐의로 2억원이 넘는 돈을 가로채 징역형을 받았다. 지난 2월에는 게임 핵을 약 2만명에게 판매해 25억원 상당을 챙긴 일당이 구속되기도 했다. 게임 핵 사용자들이 늘면서 정상적인 사용자들이 게임을 이탈하는 경우가 잦다. 이로 인해 게임사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개발·운영 업무를 방해받으며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핵 사용자로 유저 이탈…게임사 손실 커져
핵은 게임 실행 데이터를 변조해 게임상에서의 능력치를 높여주는 불법 프로그램입니다. 예를 들어, 조준을 하지 않아도 상대를 100% 명중시킬 수 있죠. 핵 사용 피해는 배그뿐만 아니라 리니지M, 리그오브레전드, 오버워치 등 인기 게임 중심으로 퍼져 있습니다.
한 배그 유저는 “최근 배그 동시접속자가 40만명 정도다. 한 게임당 100명의 사용자 참여하는 형식이니 4000개의 게임이 한번에 생성되는 것”이라며 “경험상 한 게임당 1~2명의 핵 유저가 출현한다. 동시간대에 8000명 이상의 핵 사용자가 활동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게임 유저는 “문제는 게임사들의 대책이 미미해 피해가 지속되면서 유저들이 핵 사용을 당연시 여긴다”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다수의 건전한 사용자들은 흥미를 잃고 떠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배틀그라운드의 점유율(17일 기준)은 8.94%입니다. 지난해 11월 17.02%와 비교하면 절반 이상 떨어진 수치입니다. 출시 초반보다 인기가 식기도 했지만, 핵 사용자들의 영향도 없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에이펙스 레전드의 피해 사례
출시와 동시에 화제를 모은 EA의 ‘에이펙스 레전드’는 핵 사용자로 인해 피해를 입은 대표적 사례입니다. EA는 핵 프로그램에 대한 미흡한 대처로 사용자들이 이탈하자 뒤늦게 불법 계정에 제재를 가하는 등 핵 근절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미 초기 유입 유저들이 떠난 후였죠. 이 게임은 현재 게임트릭스 국내 점유율 42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불법 프로그램에 의한 직접 피해액은 매출액 감소에 따른 게임사들의 피해 1조1921억원, 게임 핵 방지를 위한 비용 증가 등에 따른 피해액 약 1조2402억원 등 총 2조4323억원으로 추정됩니다. 연 매출 12조원 규모인 국내 게임업계에서 2조원 중반대의 손실은 엄청난 수준입니다.
제도적 한계 탈피·법적 처벌 강화 시급
게임사들은 핵 사용 근절을 위해 실시간 모니터링, 불법프로그램 차단 솔루션 등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죠. 배그를 개발한 크래프톤의 자회사 펍지는 1000만개의 계정에 제재를 가했고, 미국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는 게임핵 사용이 발견될 경우 해당 기기의 접속을 제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정책을 시행 중입니다. 하지만 핵 사용자들은 다양한 편법을 쓰면서 차단망을 피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핵 사용자들이 활개 치는 데는 제도적 한계와 느슨한 법적 처벌도 한 몫하고 있습니다. 2016년 게임산업진흥법 일부 개정안이 도입되면서 게임 불법 프로그램 제작·유통을 하는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처벌을 받습니다. 하지만 정작 정상 유저들에게 피해를 주는 핵 사용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전무한 상황입니다. 현재 핵 개발자·유통자와 달리 사용자에게는 ‘계정 차단’ 외에 법적 처벌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점을 악용해 무차별적으로 불법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처벌과 전담팀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게임 핵 판매를 통한 이득보다 처벌이 더 강력해야 개발·판매를 원천 봉쇄할 수 있다는 의견입니다. 그러나 법 개정은 더디고,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게임 핵을 개발·판매하는 이들을 처벌하고, 사용자들에도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 아직 계류 중입니다.